[단종(Ө)]과 우생사상() 


3 우생사상()과 한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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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225일부터 32일까지 6일간, 하와이의 호놀룰루로 처()와 막내딸을 데리고 관광여행을 떠났다. 호놀룰루에 가면 지금 연구하고 있는 근대 한센병사에 관한 무언가의 [자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필자 자신의 기대감에 찬 여행이기도 했다

  히로시마() 공항을 225일의 오후 여섯시 45분에 출발하여 같은 25일날 이른 아침에 호놀룰루공항에 도착한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은 날짜변경선과 시차() 때문이다.

 와이키키의 호텔에 4박했다. 그 동안에 체험한 것들을 중심으로 표제로 든 [우생사상과 한센병]에 한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JTB(일본교통공사)의 포켓 가이드인 {하와이} 등의 여행안내를 읽고, 필자도 일단 사전 학습을 한 뒤 하와이로 향했다. 와이키키 비치에는 다미안(Damien)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 오아후(Oahu)섬의 동쪽 30에 있는 같은 하와이제도의 몰로카이(Molokai) 섬에는, 19세기후반에 세워진 한센병의 격리지 칼라우파파(Kalaupapa)가 있었다는 사실. 1865년에 하와이정부가 한센병자의 이도()로의 이주정책을 취해 1888년부터는 적극적으로 한센병환자를 찾아내어 강제격리를 행했다는 사실. 1873년에 벨기에 사람인 다미안 신부(1840-1889)가 포교를 위해 방문하여 188949세의 젊은 나이에 몰로카이 섬에서 사망했다는 사실. 그 당시 칼라우파파는 [죽음의 반도]라고 하여 사람들이 몹시 두려워했으며, 환자들도 또한 죽음을 기다릴 뿐의 생활이었다는 사실. 다미안 신부는 이 땅에 간단한 병원과 교회, 거기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까지 세우고, 꽃들이 아름답게 피는 정원을 만들어 환자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는 사실 등 [하와이의 한센병과 다미안 신부]에 관한 대요()를 파악한 뒤, 여행에 나섰다. 호놀룰루에 가면 근대 한센병에 관한 뭔가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 여행이었다.  

 와이키키의 긴 모래사장에는 일본에서 온 젊은이들로 번잡했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모래사장에 돗자리나 비닐시트를 깔고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여성, 파도를 타며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 교성을 지르며 비닐튜브를 타고 있는 젊은 남녀의 모습도 거기에 있었다.

 몇몇 구미인들 가운데는 개폐식 의자를 나무 그늘에 가져다 놓고, 독서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적당한 더위와 모래사장에 내리쬐는 햇살이, 기분좋게 불어오는 바람들과 함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와이키키 해변에 있는 쿠히오·비치파크 앞의 도로(칼라카우아 대로)를 끼고 성 오거스틴 성당(St. Augustine's Catholic Church)가 있다. 교회당 앞의 쿠히오 대로()에 연결되는 약간 좁은 도로를 오아후 대로라고 하는데 그 대로에 다미안 박물관(The Damien Museum)이 있었다. 자그마한 2층 구조의 건물로 정면 입구에는 십자가를 손에 쥔 신부상이 서 있었다. 공교롭게도 당일은 일요일로 휴관이었다.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ν)이었으므로, 우리들은 와이키키 해변 쪽으로 2분 정도 다시 되돌아가 성 오거스틴 성당에 들어갔다.

 이 거대한 교회당은 1962년에 세워진 새로운 것으로 천주교의 성당이다. 건물의 정면 벽면은 커다란 스테인드 그래스로 장식되고, 제단에는 그리스도, 마리아, 요셉의 삼체상과 십자가가 안치되어 있었다. 마주보는 왼편 입구에는 [Damien the Leper]라는 제목의 1미터 사방 크기의 다미안 신부의 화상()이 걸려 있고, 몰로카이에서의 다미안의 활동을 설명한 영문 팜플렛이 놓여 있었다. 성당 내의 오른쪽에는 다미안의 동상이 있었다. 두 개의 다미안상에는 모두 하와이의 심볼인 빨간 레이가 목에 걸려 있었다. 그것은 일찌기 필자가 본 적이 있는 [타카마츠노미야()기념 한센병 자료관]의 다미안 신부의 동상에서 받은 인상과는 달리, 건장한 가운데로 자애에 넘치는 다미안 신부를 생각케 하는 것이었다

 다미안의 동상 옆에는 하얀 사리에 검은 가디건을 걸쳐 입은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의 큰 사진이 놓여 있었다. 사진에는 다음과 같은 문자가 쓰여져 있었다.

 [Works of Love are Works of Peace](사랑한다는 행위는 평화를 위한 일이란 의미일까?)

 십수년전 필자는 캘커타에서 테레사 신부가 사는 교회당을 아침 일찍 찾아가 본 일이 있다.

 교회의 정원에는 커다란 드럼통과 같은 솥을 여러 개 걸고서, 죽 같은 음식을 끓이고 있었다. 나이 많은 수녀님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성당의 젊은 수녀님들과 트럭의 짐칸에 타고는 노래를 부리면서 칼리사원() 내에 있는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의 집]에 갔던 때를 상기하고 있었다. 인도에는 테레사 수녀가 만든 치타갈 한센병센터가 있다.

 

 밖은 햇빛이 따사로웠으나 성당 안은 서늘했다. 우리 부녀 세 사람은 이 성당 안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에 3쌍의 나이든 백인 부부와 한사람의 중년남성이 성당에 들어와 십자가와 그리스도상 앞에서 예배를 보고 나갔다. 그러나 바로 눈앞의 와이키키 해변에서 놀고 있는 일본 젊은이들과, 와이키키에 임립(ء)하는 호텔에서 숙박하는, 일본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교회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성오거스틴 성당에서 평온한 한 때를 보낸 우리들은,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하와이 여행을 한 것이 아닐까?

 낮에는 처와 막내딸과 함께 행동했으나, 어두워진 뒤에는 2사람을 호텔 방에 남겨두고 혼자서 한센병 자료를 찾아보기 위해 와이키키의 밤거리를 걸었다. 쿠히오 대로()는 서민들의 밤놀이의 메카이다. 음식점, 선물가게, 디스코와 주막집이 밤 12시까지 붐비고 있다. 헌책방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찾아보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거리에는 [헌옷]이라고 쓴 가게가 여기저기에 있다.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헌 옷가게들은 이층에 있다. 계단을 올라가 점내로 들어가면, 알로하 셔츠, 무우무우, 청바지, 티셔츠 등이 빽뺵하게 옷걸이에 걸려 한 줄로 세워져 있다. 오래된 브로치나 목걸이도 케이스네 넣어지거나 벽에 걸려서 판매되고 있었다. 많은 일본의 젊은이들도 헌옷을 뒤져 사 모으고 있었다. 혹시나 헌 옷가게에 헌 책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예상한 대로였다. 한 곳의 헌 옷가게에 들어가니, 가게 한 구석에 낡은 일본잡지와 책이 쌓여 있었다. 옛날의 {주부의 벗}이나 {부인 구락부(ݻ)}에 섞여 {부인구락부} 19367월호(17권 제8)의 부록인 {진단·요법 가정대의전}이 있었다. 신서()판의 크기로 600쪽의 두꺼운 책으로 발행소는 대일본웅변회 강담사, 정가(본지 및 2대 부록)65전이라고 쓰여 있었다

 {진단·요법 가정대의전()}을 뒤적여보니, 피부과 항의 266쪽에 [()]가 소개되어 토미오카 의원(ݣ˪) 원장인 의학박사 토미오카(ݣ˪)이 담당하고 있으며 [유전과 우생결혼]이라고 제목을 붙인 항목은 동경제국대학 의학부장·의학박사 나가이()가 담당하고 있었다. {부인 구락부}는 말할 필요도 없이 전문서도 아니며 학술잡지도 아니다. 많은 여성이 구독한 [대중지]이다. 당시의 발행부수는 50만부를 넘고 있었다. 동지()의 발행 부수는 1927년에 약12만부, 29년에 20만부, 31년에 55만부였다(나가미네(ֺ) {잡지와 독자의 근대} 1997년에 의함).

 후지노 유타카() 씨의 [일본 파시즘과 우생사상]에 관한 선행연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필자였지만, 그 반면에 뭔지는 모르나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이용하고 있는 자료로부터, 우생사상을 당시의 사람들특히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소위 [풀뿌리]에 대해 파시즘이 어떠한 형태로 파고들었는가에 대해 파악하기가 어려웠다는 점 일본 파시즘은 식민지 사람들에게 보다 노골적으로 나타나, 식민지 사람들의 [생명과 생활]을 박탈하는 것인데, 그러한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이 부족하고 인용자료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두 가지 점이었다. 후지노()씨도 19931월 발행의 {일본 파시즘과 의료}(이와나미()서점) [총괄과 전망] 속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본서에서는 대만(ؽ), 조선(), 만주(ػ), 내남양(Ү) 등의 일본의 식민지, 준식민지, 혹은 전시() 점령지의 한센병 대책에 관해서도 단편적으로 밖에 논할 수 없었다. 이러한 것들도 금후의 중요한 연구과제이다(p.294).

 

 {일본 파시즘과 의료}()가 출판된 뒤 6년이 지나 출판된 {일본 파시즘과 우생사상}(카모가와 출판, 1998)의 경우도, 대만, 조선, 만주, 내남양 등, 일본의 식민지 및 준식민지에서 [파시즘과 우생사상]이 어떻게 추진되었는가에 대한, 구체적 사실에 의한 지적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허나, 그렇다고 빠진 것을 내놓으랄 수도 없는 노릇이니, 후지노()씨가 간과한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보충해 가면서 살펴볼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부인구락부},{주부의 벗}과 같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중지] {소년구락부}, {유년구락부}와 같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잡지는 공립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에 가더라도 거의 소장()되어 있질 않다. 더구나 [본지()]는 소장되어 있더라도 [본지]의 부록(ݾ)까지도 완전히 갖춰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은 전무()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전() {부인구락부}의 부록인 {진단·요법 가정대의전}은 목구멍으로부터 손이 나올 정도로 탐이 났다. 점원이 [100달러]라고 하더라도 살 생각이었다. 와이키키의 이 [헌 옷] 가게에서 필자는 이미 18달러 균일 코너에서 트레이닝 셔츠를 15 달러로 깍아 구입한 형편이었다.

 카운터에 있는 가게 여주인에게 [이 책은 얼마?]라고 물으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셔츠를 샀으니까 그 책은 유(you)한테 프레젠트, 돈은 필요 없으니 가지고 가]라는 게 아닌가? 일순, 낮의 성 오거스틴 성당의 참배에 대한 하느님의 가호인가 라고 생각했다.

 {주부의 벗}이나 {부인구락부} 등의 잡지는,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에서도 상당한 부수가 팔리고 있었다. 192712월 발행의 {평양 전지()}(평양상업회의소 발행)에 다음과 같은 기술이 보인다.

 

 현금()에 있어 부인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들은 의연히 독자를 증가하여 토오쿄() 발행의 [주부의 벗]과 같은 경우는 평양의 4개 잡지판매점에서 5백부를 판매하며, 기타 부인구락부, 부인세계, 부인공론, 여학세계, 여성, 부인의 벗, 또한 근래에는 특히 소아() 대상의 것들도 그에 상응하는 매상(߾)이 있어(p.965).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 의하면 1927년의 평양부(ݤ)의 일본인 인구는 남자 13,140, 여자 11,286명으로 합계 24,426명이다. 여기에서 {주부의 벗}5백부 판매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10년 뒤인, 부록 {진단·요법 가정대의전}이 출판된 1936년의 평양부 일본인 인구는 89,585명으로, 그 사이에 일본인 인구는 4배나 증가하고 있다.

 1936년의 경성부(ݤ)의 일본인 인구는 약 34만명으로 평양의 약 4. 분명히 1936년 당시 조선 전체에서 {부인구락부}가 판매되던 부수는 월간 수천부에 달했을 것이다.

 

 그런데 {진단·요법 가정대의전}에는 [우생사상]과 한센병에 대해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도 하자.

 부인구락부 편집국은 첫머리에 이렇게 쓰고 있다. [세상에는 병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가볍게 보고 지나치거나, 잘못된 치료를 함으로서 터무니없는 불행을 초래하는 예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불행을 미연에 막기 위해서도, 세상의 많은 주부들과 장래 주부가 될 아가씨들은 반드시 일반 위생상식을 터득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이 부록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의계(ͣ)의 최고권위의 선생님들에게 부탁하여 하나 하나의 병에 대해 상세히 알기 쉽게 집필토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피부과에 관해서는 토미오카(ݣ˪, 토미오카 의원장·의학박사)가 집필하고 있으며, 그 속에 [()]의 항목이 있다. [()의 요법]에 대한 기술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옛날부터 대풍자유()가 좋다고 합니다만, 현재에도 그 대풍자유의 내복(Ү) 또는 근육내 주사가 제일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 투베르클린, 금제제(), 승홍수(), 우유 기타의 주사가 의외로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타 입욕하여 몸을 청결히 하고 영양을 높이고 위생적의 생활을 하도록 하면서 전기()의 요법 외에, 살조(߮), 옥제()의 내복을 권유하는 수도 있습니다

 ()는 걸리면 낫기 어려운 병으로, 감염되지 않도록 미연에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나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교통접촉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가장 유효하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나환자는 국립의 병원에 수용토록 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만약에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 요양소나 병원으로 격리하여, 가족들과의 접촉을 끊는 것이 제1의 급무입니다(p.266).

 

 토미오카(ݣ˪)가 말하는 [()요법]은 전반부에서 치료방법을 말하고 있다. 1940년에 설폰제가 만들어지고 1943년에는 미국의 파디니가 프로민의 치라()효과를 발표하지만, 그 이전의 일이니까 대풍자유의 효과에 관해서 말하는 것은 좋다고 치더라도, [이 밖에 투베르클린, 금제제(), 승홍수(), 우유 기타의 주사가 의외로 효과가 있다]던가 [전기()의 요법 외에, 살조(߮), 옥제()의 내복을 권유]하는 등, 당시의 의학수준으로 봐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통속적 의학서] 이전의 잘못된 [()의 요법]이 기술되어 있는 것 같다.

 후반의 기술에서는 격리 대상자를 [부랑하는 한센병환자]뿐만 아니라 가정에 있는 한센병환자에까지 확대하여 지목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사실은 이 {부인구락부}의 부록인 [의전()]이 발행된 193671일부터 1달 반 후에, 국립 한센병요양소에서 [나가시마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나가시마 애생원에서는 실재 인원이 정원을 몇 할이나 초과하고 있었으며 부식 메뉴의 열악화는 물론, 6평짜리(다다미 12장반) 1, 4-5명 정원의 방에다 8내지 10명을 밀어 넣은 상태였다({한센병 자료관} p.59). 이러한 국립 한센병요양소의 실태를 이 {부인구락부}의 부록 [의전()] [()]를 집필한 토미오카(ݣ˪)라는 의사는 알고 있으면서 기술한 것일까?

 

 나가이(, 동경국대학 의학부장·의학박사) [좋은 아이를 낳기 위한 유전과 우생결혼]이라는 제목으로,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하여 [우생결혼]을 권하는 문장을 {부인구락부}의 부록에 쓰고 있다(pp.553573). 나가이()의 우생사상에 관해서는 후지노() {일본 파시즘과 우생사상} 등에 서술되어 있으므로 참고하기 바란다. 여기서는 나가이() {부인구락부클럽}의 부록에서 어떻게 우생사상을 많은 대중에게 알리려 한 것인가에 대해 소개한다. 나가이는 문장 첫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912년 미합중국에서 고다드(Gothard)라는 학자가, 막대한 노력과 시간과 돈을 들여 말틴 케리커크라는 사람의 가계(ʫͧ)를 조사하여 책으로 발표함으로서 대단한 평판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중략) 말틴 케리커크는, 좋은 가계를 가진 영국인 이민의 아들로 태어나, 1776년에 일어난 미국 혁명전쟁에 1개 청년사관으로서 참가하고 있을 때, 요리점의 저능한 처녀와 관계하여 한 사람의 남자 사생아를 낳게 합니다.

 이래 125년간, 5대에 걸쳐 총480명의 자손이 그로부터 태어납니다. 그 중 281명의 이력은 명확하지 않으나, 나머지 189명 가운데 33명은 매춘부, 24명은 알콜중독, 3명은 간질병, 3명은 범죄자, 8명은 부끄러운 가업(ʫ)의 주인, 33명은 사생아로 상기(߾)한 데보라(나가이는 [저능한 한 소녀]라고도 함)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말틴 케리커크가 전쟁이 끝나서 제대한 뒤, 양가(ʫ)의 부인과 정식으로 결혼함으로서 그 자손이 496명에 이르렀는데, 이번에는 그 중에 15명이 젊어서 요절하고, 불과 두 사람만이 알콜중독, 한 사람이 성적()으로 불량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좋은 열력()을 가지고 의사, 법률가, 교육자, 무역상, 농업 등의 훌륭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상의 케리커크 가계의 조사는, 우리들에게 여러가지 귀중한 교훈과 시사를 제공합니다.

 첫째는 유전이 교양보다도 귀중하다는 것

 둘째는 유전에 있어서 모성이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

 셋째는 올바른 결혼을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

 넷째는 남녀간의 불근신()한 만남이 한 가문뿐만이 아니라 국가사회에까지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게 한다는 점(pp.558-559).

 

 이처럼 설명한 다음, 나가이()는 다음과 같은 14항목에 따라서 [우생결혼]을 선전하고 있다. [결혼의 의의, 결혼과 유전, 멘델(Mendel)법칙의 의의, 반성()유전, 혈족 결혼, 인간유전() 조사의 성적, 아름다운 아이를 갖기 위해서는, 장수()하기 위해서는, 수재() 아이를 갖기 위해서는, 우생학의 모범을 보이는 우생학의 선구자, 찬란한 다윈 가(ʫ), 지능과 어린이와 수명, 우리나라의 우수가계의 예, 모친과 지능의 유전]

 이하 나가이()가 쓴 [유전과 우생결혼] 중에서 몇몇 개소를 소개하기로 한다.

 

[멘델법칙의 의의 : 최근까지 그런 관계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환경개선에 의해 유전질을 개선하므로서 그 좋은 영향을 자손에게 유전되도록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환경에만 주력하여 중요한 종성()에 착안하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즉 영양이나 운동에 의해 부모를 강건하게 하면 아이의 체질도 역시 강건해지며, 교육에 의해 부모의 지능을 계발하면 슬기로운 아이가 태어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물론 좋은 종자()가 있더라도 좋은 비료를 제공하지 않으면 훌륭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으로, 환경의 영향도 역시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직접 그 영향을 받은 생물 일대()에 끝나는 것으로, 그것을 자손에게 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좋은 비료를 주기 전에, 우선 좋은 종자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p.563).

 

 [반성유전()유전() : 병적인 것에 관해 본다면 대부분의 기형은 정상에 비해 우성()이며, 기타 어떤 종류의 피부병이나 당뇨병과 같이 신진대사병이나 유전성 안질, 어떤 종류의 신경병 등은 건전한 상태에 대해 우성이나, 이에 비해 각종 정신병이나 정신박약 등은 보통상태에 비해 열등하다(중략). 배우자가 되려는 사람 자신의 유전적 성상()도 물론 중요하나, 그 가계에 대해 가능하면 광범위하게, 단순히 부모와 조부모 형제와 같은 직계뿐만 아니라 백숙부모(ݫٽ)와 종형제자매와 같이 방계(ۨͧ)의 성상도 조사하여 충분히 해당가족의 유전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신적 성상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유위걸출()한 사람들을 많이 배출한 가계는 환영해야겠지요](p.565-6)

 

 [우리들 동지는 그런 의미에서 먼저 일본민족 위생협회를 설립하고 그에 부속되는 사업으로서 우생()결혼상담소를 설립했으며, 또 근간에 우생결혼보급회를 만들어 이 모든 문제를 중심문제로 하여 약간의 미력이나마 바치려고 노력 중입니다. 많은 분들의 원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p.573).

 

 {부인구락부}의 부록인 {가정대의전}이 출판된 19367월부터 1년 후인 193777일에 일어난 노구교(ϵ) 사건) 193777일 북경 근처의 노구교(ϵ)에서 군사훈련 중이던 일본군은 사병이 실종되었다는 이유로 한 밤중에 숙평현()성을 수색하겠다 하여 중일() 군사간의 충돌이 일어나는데, 이를 노구교사건, 또는 7.7사변이라 하며, 2차 중일()전쟁의 도화점이 된다(역주).

을 계기로, 일본은 중국전토에 대한 전면적인 침략전쟁에 돌입하게 되며, 조선에서는 일본의 [대륙병참기지]로서 인력과 물자에 대한 지배, 통제가 더욱 극심해진다. 193822일부 {조선일보} [시사해설·단종법 입안설(ء)]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그 기사를 살펴보자.

 

 신설된 후생성에서는, 비상시의 보건국책()의 하나로 단종법의 입안에 착수하였다고 전한다. 이 문제는 일본에서만도 꽤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 오던 것인데 그동안 한 개의 학설 혹은 한 개가 이상론()의 취급을 면치 못하다가 재작년에야 비로소 민정당의 야기 이치로() 대의사()에 의하여 의회 문제로까지 등장하게 되었고 이번에 새로 후생성이 설치되면서 비상시 국민의 보건이라는 시대색()을 띄고 [민족의 피를 보호]하기 위해여 그 입안의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런데 이 단종법은 일찍 [앗시리아][로마][스콧틀랜드] 등에서 민족위생을 위하여 혹은 처형방법으로 실시된 일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순연()한 민족위생학적 목적 밑에서 시행되어 있는 곳은 미국으로서 이 나라에서는 근 30년 전부터 각 주에서 점차로 이에 대한 법규를 제정, 실시하고 있으며 구주(ϱ)에서는 서서(), 정말() 등에서 이것을 실시하고 있고 영국에서도 최근 그 법안이 열심으로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종래()로 이 문제에 대하여 심심()한 연구를 거듭하여 온 나라는 독일이다.

 일찍이 1928년에 작센 정부로부터도 이 법안이 연방회의에 제안된 적이 있었거니와 1933년의 [나치스] 집정 이후에 이 문제는 단순히 우생학적인 입장에서라는 것보다도 민족의 피를 정화()하야 범 [게르만]민족의 단결을 본질적으로 강화한다는 목표 하에서 이것을 실시하였다. 그래서 세인()은 한결같이 이에 놀래었다. 히틀러 총통은 단종법 공포에 당()하야 [국민사회주의는 독일국민을 볼셰비즘의 폐해로부터 구출하였다. 독일국민을 다시 민족절멸의 위협으로부터 구출하는 것은 정부가 새로운 임무다].

 이와 같이 독일의 단종법은 유태종()의 증오요소가 다분히 포함된 정치적인 색채가 농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방금(۰) 후생성에서 입안중(ء)에 있는 것은 이런 종류의 정치적 의미가 없고 단순히 우생학적 입장, 민족위생학적 입장에서 고려되어 것인 줄 안다.

 

 하와이로부터 귀국하기 전날 밤, 와이키키로 본 일본에서 송신되는 TV영상은 [뇌사장기()이식 실시]에 관한 것이었다.

 호놀룰루 국제공항을 이륙한 기내에서 받은 31일자의 {아사히신문} 조간은 1면 톱기사로 [첫 뇌사() 심장·간장 이식/코오치()의 제공자 법적뇌사확정]을 보도하고 있었다.

 [장기()를 제공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에 대하여, 의료관계자들은 장기를 이식한다는 사실을 먼저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생명을 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좋겠다. 모든 의료관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구명(ϭ٤)에 대한 노력이 둔해지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라는 것이 무라카미(߾) 국제기독교대 교수의 담화내용이다. 이번의 장기 이식은 [타인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나가이() 그룹의 [우생사상] 속에는 환자나 심신장애자 등의 결혼이나 임신·출산에 대해, 이를 배제()하려는 사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한센병병자에 대한 단종수술의 [강제] [우생사상]과 깊은 관련을 가진다는 사실, 이러한 생각들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금번 하와이 여행이었다.

 

 귀국 후 현재의 의학 속에는 [()우생사상]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사실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 시행된 [우생보호법]1996614일부로 [모체보호법]으로 개정되었다. 지금까지 살펴온 [우생사상], 오늘날에는 이미 과거의 문제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일까. 아니다. 겉모양만 달리한 채 여전히 [우생사상]은 살아있는 것이다. 그 예로서 최근의 신문 가운데서 출생전 태아진단) 사토 타카미치(Գ) {출생전 진단생명의 품질관리에 대한 경종}(유비각 선서, 1999) [참고문헌],

    (p.219-229)참조.

과 장기()이식) 생명조작을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편 {삶과 죽음의 첨단의료}(해방출판사, 1998), [참고도서](p.209-211)참조

 

에 관한 2개의 기사를 소개한다.

 

출생전 태아진단후생성의 견해에 의견서/모체혈청검사로 산부인과 의사 그룹

 후생성의 전문위원회가 견해를 심의 중인 [모체혈청 마커(marker)검사]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와 소아과 의사 그룹 308명이 [(이 검사의 존재를) 의사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없다]라고 명문화할 것을 바라는 의견서를 18, 동성()과 전문위원회 앞으로 제출했다.

 의견서는 토라노몽(ڦ) 병원(토오쿄도(Դ) 미나토구(ϡ))의 사토(Գ) 산부인과부장 그룹이 작성했는데, () 부장은 [이를 명문화하지 않으면 {장해가 있는 태아를 배제하는 것}이 산부인과 의사들의 본래적인 업무중의 하나가 되어버릴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위원회는 19일에 견해를 정리할 예정.

 전문위원회에서는 작년 12, 의사가 임산부에게 검사에 관해서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없으며, 검사 받을 것을 권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견해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임산부에 대한 정보제공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명문화를 피하는 의견도 위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아사히()신문} 오오사카() 본사판, 1999319).

장기이식[인체조직은행] 전미(ڸ)에서 급성장/인체상품화에 대한 비판도/수백사()가 참여, 100억불 시장/일본에서도 2월에 기업설립

식민지지배 :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교의 낸시 세퍼휴즈 교수(문화인류학) [세계 각국에서 {인체부품의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조직매매도 횡행하여(미국 등지의) 선진국으로도 유입되고 있다는 의혹이 짙다]라고 지적한다. 동 교수그룹의 조사에 의하면 인도에서는 시집갈 딸의 지참금을 준비하기 위해 아버지가 신장()을 팔고, 브라질에서도 사업 실패나 생활고 때문에 사망자의 가족들이 다양한 조직()들을 판매하고 있다

 [가난한 자로부터 부유한 자에게, ()에서 북()으로 장기와 조직이 판매됨으로서 {인체의 식민지지배}가 일어나려고 하고 있다. 세퍼휴즈 교수는 북남미, 아시아, 유럽 등 수십개국의 연구자, 의사들과 협력하여 국제거래의 실태조사를 시작했다]({아사히()신문} 오오사카()본사판, 1999421).

 

 {미래}지의 연재기사인 [일본, 조선 근대한센병사·고()}의 애독자인 세토(ݣڸ)(미야자키시() 거주)로부터 최근 다음과 같은 편지를 받았다.

 [장기이식이라는 것이, 의학적인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수명을 연장하는 일에 연관되기 때문이라는 이외에, 좀 더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학으로서는 꿈을 실현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199938).

 

 후지노()씨는 {일본 파시즘과 우생사상}의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생식()의 조작이나 출생이전의 태아진단, 혹은 장기이식에 얽힌 뇌사()판정에 관한 논의 속에는 [존재할 가치가 있는 생명] [존재의 가치가 없는 생명]이라는 선별(ܬ)이 존재한다. 분명히 우생사상은 살아있다]라고. 일본, 조선 근대한센병사를 연구하고 있는 저자도, 이러한 세토씨나 후지노씨의 말씀에 전면적으로 동의한다.